Living like GUMBO

Gumbo는 Louisiana의 대표적인 미국 남부 요리입니다.

Nursing /미국 생활

New Orleans OR 근무 11개월

Gina, RN 2024. 1. 3. 15:20

안녕하세요.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!

 

여차저차 하다보니 어느새 미국 온 지도 1년이 넘었네요.

돌아보면 참 미국까지 오기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.

 

1. 엔클렉스를 보고자 하는 마음

2. 엔클렉스를 신청하는 서류..돈..시간...

3. 엔클렉스를 공부하고 시험 보러 해외까지 가는 그 모든 여정 (+임상을 그만두고 공부에 올인하냐/마냐 고민하는 건 보너스)

4. 에이전시를 알아보고, 스태핑/직고용을 공부하는 그 노력과 시간..그리고 고단한 내 눈과 손가락..

5. 영주권을 준비하면서 더 큰 산 맛 보기(비자스크린 서류, 아이엘츠)

6. 막연하게 기다릴수밖에 없는 문호/인터뷰

7. 신체검사..(돈!시간!)

8. 살던 삶 정리(?)

 

다른 분들도 이런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미국에 오셨죠? 저만 힘들었던 거 아니겠죠.ㅎㅎㅎ

 

저는 비자 만료 2주 전까지 에이전시에서 티켓을 안 주고 피일차일 미루다가 1주일 뒤 티켓을 덜렁 사서 보내주는 바람에 살던 삶을 1주일만에 대강 정리하고 제대로 사람들과 작별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미국에 얼렁뚱땅 입국했었어요.

 

미국 땅을 밟는 순간, 아 해냈구나. 했는데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건 저 위의 것들보다 더한 더더더 큰 산..

 

1. 소셜 시큐리티 넘버 한 달 간 안 나와

2. 영주권카드는 배송중 분실

3. 엔돌스를 위한 CES를 너무 빨리해서 만료되어버려서 다시 해야하는 돈/시간..

4. 엔돌스 완료후에 병원에 연락했더니 나를 고용한걸 기억못함

5. 돈이 없어서 파이브가이즈 알바

6. 렌트비가 없어서 에이전시한테 빌리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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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론 일을 시작하고서는 좀 사람같이 살고 있습니다. ㅎㅎㅎㅎ 하지만 매일매일이 미션이었죠.

창문 여는 법 몰라서 유튜브 검색했지, dish washer 쓰는 법도 몰라서 또 검색, 그냥 쉽게 넘어가는 날이 하나도 없었어요.

 

저는 1450원 환율일 때 미국 들어와서 소파,티비,집안살림을 장만하고.. 역사상 보기 힘들다는 초 고금리 상황에서 차를 샀고..(16%), 그 시급이 적은 뉴올리언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. 일 한지 1년 되어가는데 아직도 돈이 없는!!!!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딸라 버는 여자라며 제가 부자인줄 아는데!!!

 

올 해는 은행에 돈 좀 쌓이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ㅎㅎㅎ (하지만 곧 한국 놀러가요...... 망했어요)

 

 

저는 Level 1 Trauma Hospital 수술실에서 근무중이고 Day shift 하다가 두 달 전에 Night shift 로 바꿨는데요(돈이 너무 없어서..) 밤에는 제가 New Orleans 살아서 그런지 총상은 거의 매일 보는 것 같아요. (다른 동네는 정말 총상 환자가 많이 없나요??) 근데 제가 ER에서 일 하는건 아니다보니.. 어차피 너무 안 좋으신분들은 ER에서 가시고.. 괜찮은 분들은 좀 이것저것 검사하고 다음 날 아침에 수술하시고 이러시더라구요. 지금 당장 수술해서 살 수 있는 사람들만 주로 밤에 수술을 해서.. 트라우마 콜 3번 울리면(EMS에서 병원으로 전화합니다. 그럼 ) 1번 정도? 환자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. (체감상)

 

저희는 스크럽 안 하구요. 텍이 따로 있어요.

아 참, 저희 노조 결성됐습니다!!!! 루이지애나 주 내 첫 간호사 노조입니다!! 근데 아직 진행되는 건 없어요.ㅎㅎ 협상하고 뭐 하려면 1년은 걸린다고 하더라구요. 아마 제가 떠날때쯤 좋아지겠네요...

 

이 수술실에서 11개월정도 근무한 후기를 제가 한국 대병에서 일 할 때 제일 싫었던 거랑 비교해서 써보자면.

 

1. 나 혼자 아침에 와서 아침수술 준비하는 것 (방장은 7시반에 오는데 나는 6시,6시반에 와야함. 근데 돈은 7시반부터)

->한 방에 스크럽텍/널스 지정. 각자 알아서 출근시간까지 출근하면 됨. (클락인 하고 꾸물럭대면서 늦는 애들도(앗 내얘기ㅜ) 많지만 제 시간까지 할 일하면 누가 뭐라고 안 함)

 

2. 수술 다 끝나고 내일 수술 챙기는것 (수술 중간에 짬내서 챙기려고 하면 수술 옵저 안 하고 딴짓한다고 혼나고)

->수술 챙기는건 Supply 측 사람들이 챙겨줌. 널스 job 아님. 또 여기만의 문화일수도 있는데 써큐가 모든 수술을 다 잘 알거라는 기대치가 없음.. 트래블러가 많기도 하고. 그래서 수술 옵저 안 한다고 꼽주는 문화는 없음..

 

3. 써큐 볼 때 서있어야하는것 (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앉았다가 불려가서 엉엉 울때까지 혼남. 교수님은 서서 수술하시는데 신규간호사가 건방지게 의자에 앉아서 수술 본다고)

->하루종일 앉아있어도 됨.......... 서 있으면 자꾸 앉으라고 함... 막 빨리 움직이거나 빨리 걸으면 너무 빠르다고 뭐라고 함ㅋㅋㅋㅋ

 

4. 수술명 혹은 아나토미 모르면 천하제일바보멍청이똥개 취급받기(알려주는것도 아니고 혼내기만..)

->이렇게 나를 시험보는 사람도 없고, 자기가 알아서 매 수술 전에 구글링해서 공부함. 텍이랑 널스랑 둘다 모르는 수술이면 서로 물어보기도하고 같이 공부하기도하고. 의사한테 물어봐도 잘 알려줌.

 

5. 특정의사가 바이크릴 3-0 SH 쓰는지 3-0 CT-1 쓰는지 이런 것까지 다 외워야하고 모르면 혼나는것

->진짜. 몰라도됨. Pick sheet에 웬만하면 다 써있고 그런거 아니면 몰.라.도.됨. 뇌세포 낭비. (어차피 자주 보는 의사스타일은 외워지게 되는거 아시죠..)

 

6. 지옥의 물.품 카운트... 잃어버린 놈은 따로 있고 찾는 나는 여기있따!!!!

->물품 카운트 안 함. 다 supply 쪽에서 알아서 함. 전화해서 "그 방 전 수술 카트에 타올클립하나 없는데요~~" 이런거 안 함 ㅋㅋ.. 물론 비싸고 중요한거 (배터리나 꼭 챙겨야하는 꼬다리(수술실샘들 다 이렇게 표현하시죠?ㅜㅜ))는 챙기죠.

 

7. 재사용의 소용돌이. 물품 잘못까면 엄청 혼나고, 의사가 쓴다고 했다가 안 써도 처리는 우리 몫. 병원살림=내살림 마인드.

->재소독 이란 개념이 없던데요. 저희만 그런가요? 뭐 잘못 까도 Epic에 waste로 처리하고 끝. 그마저도 안하는 사람 무지 많음. 다 까고 다 버려 마인드. 플라스타 팍팍 쓰고 버려. 코반 코튼 거즈 다 떨어뜨리고 다 새로 달라고하고.

 

8. 재촉하는 / 소리지르는 의사들. (레지던트가 OOO선생님 하고 저를 불렀는데, 옆에있던 교수가 간호사한테 선생님이라고 하지마. 간호사가 선생님은 무슨 선생님이야. 어쩌고저쩌고 (어머 저 트라우마 있나봐요. 별게 다 기억나네))

->물론 성질머리 없는 의사들도 있긴 있는데 한국에 비하면 거의 멸종위기급 천연기념물 수준으로 있구요. 텍이 수다떨면서 mayo 쳐다도 안봐도 그냥 별 말없이 알아서 기구 가져가구요. 늦게 줘도 뭐라고 안 하구요. 뛰어다니는 써큐 없어요.

 

9. 가기 싫은 회식. 1차 끝나고 신규 다 집에 갔다고 다음날 창고로 불려가서 혼남.

-> 회식 없고, 있어도 내돈 내산 ㅋㅋㅋㅋ 그냥 social 이라고 부르면서 같이 친해지는 시간이에요. 늘 가는 사람만 가더라구요.

 

 

저희 병원/동네 만의 문화인 부분도 있을거에요. 왜냐면 트래블러들 왔을 때 물어보면 동부/북부쪽은 또 안 그렇다고 했거든요. 확실히 뉴올만의 laid-back 문화가 있는것 같아요.ㅎㅎㅎ

 

전 여기 좋은데 한국샘들이 없어서 아쉬워요. 오실 분 없나요? 트래블들은 돈 잘 벌어가던데요!!!

 

웰컴투 뉴올랜즈~~~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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